회의, 토론, 총화하는 북한
1. 남과 북은 체제가 다른 만큼 같은 말이라도 뜻과 용처가 변형, 정착되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동무들아 오너라’ 동요에 나오는 ‘동무’는 오늘날 남쪽에서 거의 쓰지 않는데요. 북에서는 가장 많이 쓰이는 말일 겁니다. 친구라는 뜻에서 ‘나이가 비슷한 또래나 아랫사람을 부르는 호칭’으로 변화되었죠. 같은 사회에서도 말이나 어법이 변하기 마련인데요. 남한에서 ‘총화’는 거의 없어졌고 북한에서는 활성화되었습니다.
2. 총화를 어디서 들어보았는지 찾아보니까요. 1974년 박정희 신년사에 ‘총화유신(總和維新)의 새 아침’, ‘국민총화(國民總和)로써’ 등이 나오더군요. 10월 유신도 일본 메이지 유신에서 따왔지만 총화 또한 일제강점기 때 ‘국민력의 총화’라는 말로 사용되었다고 하네요. 여하튼 1974년은 총화유신의 해로 불렸습니다. 1975년에는 공식석상에서 더 자주 국민총화를 거론했고, 일반 단체에서도 총화단결을 사용했답니다.
3. ‘총화’는 전체 화합, 단합 따위로 쓰였는데요. 아마 일본이 화(和)를 강조했기 때문에 그 앞에 총(總)을 써서 집단성을 드러낸 듯합니다. 북한에서 ‘총화’는 독자적으로도 사용되지만 생활총화, 사업총화로 주로 쓰이죠. 처음에는 화합, 단합하는 뜻이었을 텐데요. 사회주의 단합방식은 아무래도 집단적으로 회의, 토론, 평가를 해야겠죠. 남쪽에서는 말 많으면 빨갱이라고 비난, 또는 놀렸으니까요. 북에서 총화는 주로 평가, 비판의 뜻으로 발전했답니다.
4. 생활총화는 주민들이 소속된 당이나 기관, 단체에서 매주, 매월, 매분기, 연별로 각자의 업무와 공·사생활을 평가하고 자아비판, 상호 비판한다는 뜻입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에 각 단위마다 생활총화를 한다고 합니다. 사업총화는 남쪽에서 쓰는 사업평가와 거의 동의어인데요. 단순한 평가보다는 개인, 단위 역할 등 좀 더 총체적이고 입체적인 느낌이 듭니다. 남쪽에서는 이런 저런 모임에서 사회를 주로 보려는 사람, 진행하는 이에게 ‘사회’주의자라고 농담하기도 하는데요. 어쨌든 북한 사회주의는 회의, 총화를 자주 하는 특징을 지닌다고 봐야죠.
5. 북이 지난 2일부터 6일까지 ‘제1차 도, 시, 군당 조직부 당생활지도과 일군 특별강습회’를 열었습니다. ‘특별’한 대회를 열 정도로 이례적인 상황이었을까요. 특별강습회는 김정은 총비서 지도 아래 △각급 당위원회 조직부 당생활지도부문의 사업에 대한 전면적 총화 △당일꾼들의 정치실무적 자질과 능력을 높여 당생활조직과 지도를 개선하기 위한 2일간의 회의와 3일간의 실무강습 일정으로 진행됐답니다. 최대비상방역과 경제활성화 병행 등 당과 국가의 방향을 현장까지 일치시키고 전사회적으로 기강, 규율을 확립할 필요가 있었을 듯합니다.
6. 김정은 집권이 안정화된 2016년 7차 당대회부터 각종 당회의가 정례화되었는데요. 2021년 8차 당대회 이후에는 더 자주 열리는 듯합니다. 행사식 회의에서 토론, 강습 등이 추가되어 회의 기간이 늘어나는 특징을 보입니다. 그리고 올해부터는 ‘확대회의’라는 명칭으로 참여범위 확대를 공식화하는 것 같습니다. 친정체제 소통과 내실을 강화한다고 볼 수 있죠.
7. 5년마다 열리는 당대회 중간에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는 제7차 당대회 이후 1년에 1차례 개최되었고 2019년에만 2차례 열렸는데요. 경제개발5개년 계획이 시작된 8차 당대회 후에는 2021년에만 4차례 열렸고, 올해에는 지난 6월까지 2차례 개최되었죠. 지난 6월에는 전원회의를 확대회의로 했고 전원회의 사이에 열리는 정치국 회의도 자주 열고 확대회의를 정착된 듯합니다.
2021년 4월에 말단 당간부들을 대상으로 한 제6차 세포비서 대회 및 강습회가 개최되었는데요. 제5차 대회는 2017년 12월에 열렸고, 5년마다 개최되는 대회죠. 김정은 시대는 초급당비서대회를 신설해서 2016년 12월 1차 대회, 2022년 2월 말 2차 대회를 개최했습니다. 김정은이 직접 개회와 결론을 하는데요. 이번에 신설된 ‘제1차 도, 시, 군당 조직부 당생활지도과 일군 특별강습회’는 그 공백을 메꾸기 위한 의도인 듯합니다.
김정은 서한 중심으로 진행된 ‘제1차 선전부문일군 강습회’는 지난 3월에 열렸죠. 지난 2월 ‘제2차 건설부문일군 대강습’이 열렸는데, 이 또한 김정은 집권 이후인 2013년 12월에 처음 시작되었습니다. 이밖에도 여러 부문, 분야에서 정기적인 대회들이 열리죠.
어쨌든 김정은 시대 북한은 회의, 토론, 총화를 통해 소통과 내실을 강화하는 특징을 보이고 있습니다.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은 김정은 통제 강화라고 평하려나요?
회의, 토론, 총화하는 북한
1. 남과 북은 체제가 다른 만큼 같은 말이라도 뜻과 용처가 변형, 정착되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동무들아 오너라’ 동요에 나오는 ‘동무’는 오늘날 남쪽에서 거의 쓰지 않는데요. 북에서는 가장 많이 쓰이는 말일 겁니다. 친구라는 뜻에서 ‘나이가 비슷한 또래나 아랫사람을 부르는 호칭’으로 변화되었죠. 같은 사회에서도 말이나 어법이 변하기 마련인데요. 남한에서 ‘총화’는 거의 없어졌고 북한에서는 활성화되었습니다.
2. 총화를 어디서 들어보았는지 찾아보니까요. 1974년 박정희 신년사에 ‘총화유신(總和維新)의 새 아침’, ‘국민총화(國民總和)로써’ 등이 나오더군요. 10월 유신도 일본 메이지 유신에서 따왔지만 총화 또한 일제강점기 때 ‘국민력의 총화’라는 말로 사용되었다고 하네요. 여하튼 1974년은 총화유신의 해로 불렸습니다. 1975년에는 공식석상에서 더 자주 국민총화를 거론했고, 일반 단체에서도 총화단결을 사용했답니다.
3. ‘총화’는 전체 화합, 단합 따위로 쓰였는데요. 아마 일본이 화(和)를 강조했기 때문에 그 앞에 총(總)을 써서 집단성을 드러낸 듯합니다. 북한에서 ‘총화’는 독자적으로도 사용되지만 생활총화, 사업총화로 주로 쓰이죠. 처음에는 화합, 단합하는 뜻이었을 텐데요. 사회주의 단합방식은 아무래도 집단적으로 회의, 토론, 평가를 해야겠죠. 남쪽에서는 말 많으면 빨갱이라고 비난, 또는 놀렸으니까요. 북에서 총화는 주로 평가, 비판의 뜻으로 발전했답니다.
4. 생활총화는 주민들이 소속된 당이나 기관, 단체에서 매주, 매월, 매분기, 연별로 각자의 업무와 공·사생활을 평가하고 자아비판, 상호 비판한다는 뜻입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에 각 단위마다 생활총화를 한다고 합니다. 사업총화는 남쪽에서 쓰는 사업평가와 거의 동의어인데요. 단순한 평가보다는 개인, 단위 역할 등 좀 더 총체적이고 입체적인 느낌이 듭니다. 남쪽에서는 이런 저런 모임에서 사회를 주로 보려는 사람, 진행하는 이에게 ‘사회’주의자라고 농담하기도 하는데요. 어쨌든 북한 사회주의는 회의, 총화를 자주 하는 특징을 지닌다고 봐야죠.
5. 북이 지난 2일부터 6일까지 ‘제1차 도, 시, 군당 조직부 당생활지도과 일군 특별강습회’를 열었습니다. ‘특별’한 대회를 열 정도로 이례적인 상황이었을까요. 특별강습회는 김정은 총비서 지도 아래 △각급 당위원회 조직부 당생활지도부문의 사업에 대한 전면적 총화 △당일꾼들의 정치실무적 자질과 능력을 높여 당생활조직과 지도를 개선하기 위한 2일간의 회의와 3일간의 실무강습 일정으로 진행됐답니다. 최대비상방역과 경제활성화 병행 등 당과 국가의 방향을 현장까지 일치시키고 전사회적으로 기강, 규율을 확립할 필요가 있었을 듯합니다.
6. 김정은 집권이 안정화된 2016년 7차 당대회부터 각종 당회의가 정례화되었는데요. 2021년 8차 당대회 이후에는 더 자주 열리는 듯합니다. 행사식 회의에서 토론, 강습 등이 추가되어 회의 기간이 늘어나는 특징을 보입니다. 그리고 올해부터는 ‘확대회의’라는 명칭으로 참여범위 확대를 공식화하는 것 같습니다. 친정체제 소통과 내실을 강화한다고 볼 수 있죠.
7. 5년마다 열리는 당대회 중간에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는 제7차 당대회 이후 1년에 1차례 개최되었고 2019년에만 2차례 열렸는데요. 경제개발5개년 계획이 시작된 8차 당대회 후에는 2021년에만 4차례 열렸고, 올해에는 지난 6월까지 2차례 개최되었죠. 지난 6월에는 전원회의를 확대회의로 했고 전원회의 사이에 열리는 정치국 회의도 자주 열고 확대회의를 정착된 듯합니다.
2021년 4월에 말단 당간부들을 대상으로 한 제6차 세포비서 대회 및 강습회가 개최되었는데요. 제5차 대회는 2017년 12월에 열렸고, 5년마다 개최되는 대회죠. 김정은 시대는 초급당비서대회를 신설해서 2016년 12월 1차 대회, 2022년 2월 말 2차 대회를 개최했습니다. 김정은이 직접 개회와 결론을 하는데요. 이번에 신설된 ‘제1차 도, 시, 군당 조직부 당생활지도과 일군 특별강습회’는 그 공백을 메꾸기 위한 의도인 듯합니다.
김정은 서한 중심으로 진행된 ‘제1차 선전부문일군 강습회’는 지난 3월에 열렸죠. 지난 2월 ‘제2차 건설부문일군 대강습’이 열렸는데, 이 또한 김정은 집권 이후인 2013년 12월에 처음 시작되었습니다. 이밖에도 여러 부문, 분야에서 정기적인 대회들이 열리죠.
어쨌든 김정은 시대 북한은 회의, 토론, 총화를 통해 소통과 내실을 강화하는 특징을 보이고 있습니다.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은 김정은 통제 강화라고 평하려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