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세차(維 歲次) 계묘(癸卯) 윤2월(閏乙卯) 21일(己亥), 서력 2023년 4월 11일
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아산유족회는 이곳 아산 황골 새지기에서 참혹하게 학살당한 님들의 한을 풀고 평안한 곳으로 모시고자 개토(開土)하게 되었음을 삼가 머리 숙여 고하나이다.
님들은 잔학한 일제의 식민통치가 끝나자, 새로운 나라를 염원하며 논과 밭에서 땀 흘려 일했고, 나라의 분단과 체제는 주어졌을 뿐입니다. 그러나 님들은 갑자기 6.25전쟁이라는 소용돌이에 휩쓸렸습니다. 아무리 전쟁통이라 하나 대한민국은 님들의 생명을 보호하지 못했고 죽음의 진실조차 역사에 생매장시키며 님들을 두 번이나 배신했습니다.
님들이시여, 왜 죽임을 당했는지 알지 못한 채, 마지막 비명소리조차 어둠에 갇혀 지내시는 동안 그 얼마나 원통하셨습니까. 동족상잔의 전쟁이 멈춘 지 70여 년, 두 세대가 지나도록 억울한 죽음조차 침묵을 강요당하고 후손들이 빨갱이로 덧칠되는 동안 그 얼마나 원한에 사무치셨습니까.
님들이시여, 이제야 눈물을 훔치며 찾아온 저희를 용서하소서. 오늘은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와 함께 님들을 밝은 세상으로 모시고자 합니다. 이미 설화산 금광터에서, 성재산 방공호에서 수백 분이 삐삐선 포승줄을 풀고 총탄을 제거하고 편안한 세상으로 나오셨습니다. 짓누르는 어둠을 헤치고 진상조사, 명예회복의 밝은 세상으로 어서 나오십시오.
하늘이시여,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저희의 한을 풀어주소서. 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들 마지막 한 분까지 모두 보내주셔서 화해와 기억으로 세상에 기록되도록 도와주소서. 아산유족회는 직접 후손 여부를 떠나 한마음 한뜻으로, 님들 모두를 온 국민이 나라와 민족을 생각하며 추모하고 기릴 수 있는 공간으로 모시겠습니다. 부디 저희의 정성과 공경에 감응하시어 세상에 속히 나오소서.
삼가 저희의 진심을 담아 소박한 술과 음식을 받들어 올립니다.
상향(尙饗)
유 세차(維 歲次) 계묘(癸卯) 윤2월(閏乙卯) 21일(己亥), 서력 2023년 4월 11일
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아산유족회는 이곳 아산 황골 새지기에서 참혹하게 학살당한 님들의 한을 풀고 평안한 곳으로 모시고자 개토(開土)하게 되었음을 삼가 머리 숙여 고하나이다.
님들은 잔학한 일제의 식민통치가 끝나자, 새로운 나라를 염원하며 논과 밭에서 땀 흘려 일했고, 나라의 분단과 체제는 주어졌을 뿐입니다. 그러나 님들은 갑자기 6.25전쟁이라는 소용돌이에 휩쓸렸습니다. 아무리 전쟁통이라 하나 대한민국은 님들의 생명을 보호하지 못했고 죽음의 진실조차 역사에 생매장시키며 님들을 두 번이나 배신했습니다.
님들이시여, 왜 죽임을 당했는지 알지 못한 채, 마지막 비명소리조차 어둠에 갇혀 지내시는 동안 그 얼마나 원통하셨습니까. 동족상잔의 전쟁이 멈춘 지 70여 년, 두 세대가 지나도록 억울한 죽음조차 침묵을 강요당하고 후손들이 빨갱이로 덧칠되는 동안 그 얼마나 원한에 사무치셨습니까.
님들이시여, 이제야 눈물을 훔치며 찾아온 저희를 용서하소서. 오늘은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와 함께 님들을 밝은 세상으로 모시고자 합니다. 이미 설화산 금광터에서, 성재산 방공호에서 수백 분이 삐삐선 포승줄을 풀고 총탄을 제거하고 편안한 세상으로 나오셨습니다. 짓누르는 어둠을 헤치고 진상조사, 명예회복의 밝은 세상으로 어서 나오십시오.
하늘이시여,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저희의 한을 풀어주소서. 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들 마지막 한 분까지 모두 보내주셔서 화해와 기억으로 세상에 기록되도록 도와주소서. 아산유족회는 직접 후손 여부를 떠나 한마음 한뜻으로, 님들 모두를 온 국민이 나라와 민족을 생각하며 추모하고 기릴 수 있는 공간으로 모시겠습니다. 부디 저희의 정성과 공경에 감응하시어 세상에 속히 나오소서.
삼가 저희의 진심을 담아 소박한 술과 음식을 받들어 올립니다.
상향(尙饗)